모처럼 잠을 설치는 기분 좋은 하루다.
잠을 설쳐도 기분 좋은 이유는,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인 후지산을 가기 때문이다.
허락된 사람만이 갈 수 있다는 일본의 대표적인 명산, 후지산.
최고점 3,776m에 달하는 높은 산을 오르는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다.
저 멀리 보이는 후지산의 모습.
구름을 잔뜩 머금은 산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산과는 다른 광경이다.
저곳을 과연 안전하게 오를 수 있을까.
고산병은 없을까.
많은 걱정과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게 만드는 순간이다.
처음으로 오르는 높이의 고도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했다.
가장 우선시 했던 것은 짐을 최대한 가볍게 꾸리는 것.
작은 소품이나 액세서리를 넣기 위해 다양한 크기의 포켓이 필요했다.
이날은 다행히 강렬한 햇살은 비치지 않았다.
구름이 잔뜩 낀 날씨에
오히려 오르는 길은 수월했다.
안개와 함께 고도 2,400미터에서 산행을 시작했다.
저녁 7시 해발 3,600m의 9합목(산장)에 도착했다.
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우리를 반겼다.
화산 지대의 산은 한라산 이후 처음이라 아주 궁금했었다.
너른 지형의 완만한 산맥은 마음마저 탁 트였다.
비좁은 잠자리에서 쪽잠을 청하고
새벽 3시 반 정상을 향해 출발했고,
마침내 새벽 5시 반 정상에 다다랐다.
해발 3,776m에서 맞는 첫 해돋이,
이날의 온도, 풍경, 냄새, 사람들의 웃음소리,
여전히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경험하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것,
작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생각이 버킷리스트가 되었고,
이제는 현실이 되었다.
나의 다음은 어딜까. 새로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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